많은 사람들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통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행복한 결말을 떠올린다. 그러나 원작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이 1837년에 발표한 동화 《인어공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결말을 가지고 있다. 원작 속 인어공주는 단순히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과 존재 자체를 희생해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다.
이번 글에서는 원작 속 인어공주의 사랑과 희생의 이야기를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겠다.
원작 속 인어공주는 어떻게 사랑에 빠졌을까?
바다 속 왕국에서의 삶
원작 속 인어공주는 깊은 바닷속 왕국에서 여섯 공주 중 막내로 태어난다. 그녀는 언니들과 함께 아름다운 해저 궁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지만, 인간 세계에 대한 동경이 강했다.
인어들은 인간처럼 영혼을 가지지 못하고, 300년의 수명을 누린 후에는 바다의 거품이 되어 사라지게 된다. 반면, 인간은 비록 짧은 생을 살지만 영혼을 가지고 있어 죽은 후에도 존재를 지속할 수 있었다. 인어공주는 이 점에서 깊은 고민을 하며, 인간이 되어 영혼을 갖는 것을 꿈꾸게 된다.
운명적인 만남 – 왕자를 구하다
어느 날, 인어공주는 바다 위를 떠다니며 인간들의 세상을 바라보던 중,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배에는 한 왕자가 타고 있었고, 인어공주는 물속으로 가라앉아가는 그를 구해 해변까지 데려다준다. 왕자는 의식을 잃었고, 인어공주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왕자가 정신을 차리기 직전, 한 공주(이웃 나라의 공주)가 다가오면서 그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그 공주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 장면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유사하지만, 원작에서는 왕자의 오해가 큰 비극의 씨앗이 된다. 인어공주는 자신이 왕자를 구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고, 왕자는 공주를 향한 사랑을 키워 나가게 된다. 인어공주는 점점 더 인간 세계에 대한 동경과 사랑의 감정을 키우며, 인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인어공주의 비극적인 희생 – 목소리와 다리의 대가
바다 마녀와의 거래
인어공주는 인간이 되기 위해 바다 마녀를 찾아간다. 디즈니판에서는 바다 마녀 우르슬라가 악역으로 등장해 인어공주를 속이고 그녀를 괴롭히는 역할을 하지만, 원작 속 바다 마녀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마녀는 인어공주에게 분명히 경고하며, 선택의 기회를 준다. 인간이 될 수 있지만, 몇 가지 가혹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목소리를 잃어야 한다: 바다 마녀는 인어공주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져가고, 그녀는 인간이 된 후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즉, 왕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직접 전할 수 없는 운명이 된다.
극심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마녀는 그녀에게 인간의 다리를 주지만, 걸을 때마다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끔찍한 통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왕자의 사랑을 얻어야 한다: 만약 왕자가 인어공주를 사랑하고 결혼하게 된다면, 그녀는 인간이 되어 영혼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왕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할 경우, 그녀는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거품이 되어 소멸하게 된다.
인간이 되었지만,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다
인어공주는 바다 마녀와의 계약을 받아들이고, 인간이 된다. 왕자의 궁전에서 생활하면서 그와 점점 가까워졌지만,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자신이 왕자를 구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왕자는 그녀를 동생처럼 아끼고 소중히 여겼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을 구해준 인간 공주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결국, 왕자는 그 공주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인어공주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절망에 빠졌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오직 죽음뿐이었다.
해피엔딩이 아닌, 희생의 결말
마지막 기회 – 왕자를 죽일 것인가?
왕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되면서, 인어공주는 거품이 되어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 하지만 그녀의 언니들이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다시 바다 마녀를 찾아간다. 언니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바다 마녀에게 주고, 인어공주가 다시 인어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바다 마녀는 인어공주에게 단 하나의 방법을 제안했다.
“왕자를 죽이고, 그의 피를 네 발에 뿌려라. 그러면 네 다리는 다시 인어의 꼬리가 될 것이고, 너는 바다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인어공주는 왕자를 너무 사랑했기에, 그를 해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칼을 버리고, 바다로 몸을 던졌다. 그녀의 몸은 점점 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공기 정령이 된 인어공주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인어공주는 단순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공기 정령(Daughters of the Air)이 되어 다시 태어난다. 공기 정령은 300년 동안 선행을 베풀며 인간들을 돕는 역할을 하며, 그 후에는 영혼을 얻을 수 있는 존재였다. 즉, 비록 그녀는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희생을 통해 영혼을 얻을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결론 – 원작과 디즈니의 차이점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원작은 사랑과 희생,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디즈니에서는 인어공주(에리얼)가 왕자와 결혼하며 행복한 결말을 맞지만,
원작에서는 인어공주가 자신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거품이 된다.
이처럼 원작 《인어공주》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희생과 사랑의 본질을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동화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랑과 희생, 그리고 인간이 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인어공주의 선택은 과연 옳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는 다른 길을 택했어야 했을까?